저걸로 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까?
대교에서 얼어붙은 바다를 바라보는 꿈을 자주 꾸었다 굳이 시키는 사람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기다렸다 얼어붙은 물속엔 초록 잎사귀들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그게 예뻐서 언젠가는 저걸로 샐러드를 해 먹어야지, 그래야만 한다고 늘 생각했다 그렇다면 도끼를 가져올게 저걸 깨뜨려서 너에게 줄게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나는 아니라고 했다 이건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결국 도끼를 남기고 떠났고 나는 그 도낏자루들을 분리해 의자도 만들고 대교를 더 튼튼하게 정비했다 의자에 앉아서 얼음 안에서 궤도를 그리며 돌아가는 잎사귀들을 망원경으로 매일매일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바라보는 것만 할래…… 이제 그만 돌아다니고 싶어……
보통 이렇게 되면 국면 전환을 위해
너는 얼어붙은 바다 위를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히
걸어온다
그리고 얼음 속에 갇힌 잎사귀가 아닌
흐르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잎사귀들을 내게 건넨다
이제는 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로 끝날 것이나
나에게 너는 사실 영영 없는 것이 당연하고
그게 그렇게 아쉽지 않다
왜냐하면 샐러드는 있잖아, 꿈에서 깨어나
만들어 먹으면 된다
그런데
만일 네가 있다면
네가 너 자신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많길
나를 굳이 구하러 오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당연하길
누군가의 당연한 행복을 이상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응. 왜냐하면 나는
이미 대교에 불을 지르고
깨어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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