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한 알이 녹는 시간 동안 기억이 훈제가 되는 동안 증언은 계속됐다. 블록을 씌운 문자 몇 개가 깜박이면서 나를 재촉했고 나는 가끔씩 눈물을 흘리는 습성과 숨을 몰아쉬는 습성을 털어놓아야 했다. 검은 점 몇 개로 내 이름을 만들어야 했다
잠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가시가 돋아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 누구도 오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가지 못하는 그 가시의 시간에 대해서도 말해야 했다. 가시의 시간은 길었으며 아무것도 보듬지 못했다고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나는 방의 주인이 내민, 이제는 단종된 푸른 줄이 그어진 노트에 이름을 쓰고 일어났다 쓴맛을 다 본 소년처럼
그래도
결국 가시가 나를 지탱하고 있다고......
그 말만은 끝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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