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퇴장한 무대에 남겨진
의자 같고,
의자 위에 두고 간 호른 같고.
너의 슬픔은 검은 산처럼 깊고
늙은 소녀의 머리카락처럼 길다.
머리카락이 발까지 자라 흐르는 물.
너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몰라서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있다.
토끼처럼 귀가 자라도록 들었지만
너의 슬픔은 손톱 반달만큼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귀도 슬프겠구나.
너는 네가 메고 태어난 낡은 가방이 슬프고
가방 안에 든 우윳빛 털실 뭉치가 포근해서 슬프고
낡은 가방을 멘 너를 슬퍼하는 눈길 때문에 또 슬프다.
퍼덕거리는 물고기들을
양동이에 퍼 담았지만, 물이 없어 금세 죽어버렸다.
너는 목소리를 차가운 보도블록 바닥에 떨어뜨렸다.
네가 부르는 노래는 눈 덮인 하얀 철로.
나는 기차에 너를 싣고 달린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기 위해서 밤으로 난 철로 위를.
기차는 터널로 들어간다.
짐승들은 터널에서 맘껏 운다.
너는 자격이 있다.
철로 옆에서 아이들이 작은 손을 흔든다.
내게 저런 작은 손이 있어
양동이에 하얀 눈을 담아서 너에게 주었으면.
이빨을 드러내고 웃을 만큼 충분한 눈을.
의자 같고,
의자 위에 두고 간 호른 같고.
너의 슬픔은 검은 산처럼 깊고
늙은 소녀의 머리카락처럼 길다.
머리카락이 발까지 자라 흐르는 물.
너를 기쁘게 하는 방법을 몰라서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있다.
토끼처럼 귀가 자라도록 들었지만
너의 슬픔은 손톱 반달만큼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귀도 슬프겠구나.
너는 네가 메고 태어난 낡은 가방이 슬프고
가방 안에 든 우윳빛 털실 뭉치가 포근해서 슬프고
낡은 가방을 멘 너를 슬퍼하는 눈길 때문에 또 슬프다.
퍼덕거리는 물고기들을
양동이에 퍼 담았지만, 물이 없어 금세 죽어버렸다.
너는 목소리를 차가운 보도블록 바닥에 떨어뜨렸다.
네가 부르는 노래는 눈 덮인 하얀 철로.
나는 기차에 너를 싣고 달린다. 칙칙폭폭 소리를 내기 위해서 밤으로 난 철로 위를.
기차는 터널로 들어간다.
짐승들은 터널에서 맘껏 운다.
너는 자격이 있다.
철로 옆에서 아이들이 작은 손을 흔든다.
내게 저런 작은 손이 있어
양동이에 하얀 눈을 담아서 너에게 주었으면.
이빨을 드러내고 웃을 만큼 충분한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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