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었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장미꽃이 피어난다 해도
어찌 가시의 고통을 잊을 수 있을까 해도
장미꽃이 피기만 한다면
어찌 가시의 고통을 버리지 못하리오.
눈먼 손으로
삶을 어루만지며
나는 가시투성이를 지나
장미꽃을 기다렸네.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text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호승, 산산조각 (0) | 2020.03.02 |
---|---|
성동혁, 창백한 화전민 (0) | 2020.02.16 |
한강, 서시 (0) | 2019.10.23 |
이성미, 추위에 대하여 (0) | 2019.10.09 |
김소연, 한 개의 여름을 위하여 (0) | 2019.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