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공원에 누워 공원을 바라본다

방안에 누워 방안을 바라보면서

안녕, 네 눈에 내가 보이길 바라지만

건조대에 마른 옷가지에선 네 살냄새만 난다

어제 입은 셔츠에 비누를 바른다

힘주어 잡으면 튀어오른다 부드러움은 죄다

그렇다


좋은 분 같아요, 발톱을 깎으며 좋은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 떨어진 톱처럼 손으로 모을 수 없는 두려움 같아서

뉴슈가를 넣고 달게 찐 옥수수 냄새에 틀니를 다시 깨무는

아버지, 나 어릴 적 푸푸푸 하모니카 소리에 왜 화내셨어요?

그때 왜 나를 나무라셨어요, 지금 그렇게 맛있게 드시면......

옥수수 하모니카 얘기는 그만두게 된다


구름에 네 손끝이 닿을 때마다 빨강거리며 하늘이 깨질 듯했다 쨍그랑,

이파리 부딪는 소리 몸 하나에 링거를 꽂고 세상을 다 뱉어내는 듯

비가 왔다 낮잠을 자고 꿈에서 누군가와 싸웠다

짐승의 털이라도 가진다면 웅덩이에 몸이라도 던지겠지만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당신이 기타와 피아노를 친다는 말을 듣고 몹시 기뻤어요

다친 사람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고 치료하는 일이 꿈이라고 했지요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엄마의 기타는 목이 휘었다고

하지만 기타는 계속 배울 거라고 마치 그 꿈을 살아본 사람처럼

차분했어요 그 고요한 수면 위에 몸 내릴 수 있는 새가 있을까?

나의 초라한 발견이 평범한 사람을 울리기 쉬운 새벽이면 틈틈이 편지를 썼어요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파리한 나무 그늘 밑에서

빙빙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개에게도 나는 묻게 된다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시 태어나도 멈추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자 아픈 일을 아름답게 말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도무지 아름다운 것이 없는데 당신은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공원이었다 그렇더군요, 근데 걷고 좋았어요

왜 멀리 돌아왔느냐는 내게, 나를 궁금해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공원에서 방안을 생각했다 방안에 누워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이 있구나, 안도했었지

멈춘 공은 죽은 공, 죽은 공은 멈춰 좋은가, 던지고 받는 벽 앞에서

멈춘 것들이 좋아져서 슬펐다

나를 슬프게 해줘서 좋았다고, 실은 편지를 썼어요

아무리 볼을 꼬집어도 살아지지 않는 사람에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람이기를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는 거겠죠

라는 말을 들었다


죽은 공처럼 누가 날 발로 차주었으면

들어가지 마시요 끝말이 틀린 경고문 안에서 우리는 튀어오르고

골대가 없는 농구장에서 던지는 연습을 했다 공을 주면 살아서

받아내려고 멈추지 않았다 누구의 공인지도 모른 채

죽으면 안 되니까, 산 것을 가만두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죽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