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독새는 보기에도 참으로 흉측하게 생긴 새입니다.
얼굴은 된장을 덕지덕지 바른 것처럼 군데군데가 얼룩덜룩하고, 부리는 납작한 게 귀에까지 째져 있습니다. 게다가 다리는 한심할 정도로 가냘파서 몇 발짝도 걷지 못합니다. 그런 탓에, 다른 새들은 쏙독새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짜증내며 고개를 돌리곤 했습니다.
종다리도 그리 예쁜 새는 아니지만 쏙독새보다는 자신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기에, 어스름한 저녁 무렵에 쏙독새를 만나면 참으로 귀찮다는 듯이 뚱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면서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종다리보다 더 몸집이 작은 수다쟁이 새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쏙독새 앞에서 험담을 늘어놓곤 했습니다.
“흥, 또 나왔구나. 어머, 저 꼴 좀 봐! 정말이지 저 쏙독새는 새들의 수치야!”
“저 부리 좀 봐. 어떻게 새의 부리가 저렇게 클 수가 있어? 아마 개구리의 친척일 거야.”
아아! 만약에 쏙독새가 아니라 매였다면 작은 새들은 기조차 펴지 못하고, 이름을 듣기만 해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며 몸을 바싹 웅크린 채 나뭇잎 뒤에 숨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쏙독새는 매처럼 무서운 새의 형제나 친척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다운 물총새나 보석처럼 귀한 벌새의 형제격이었습니다. (일본어로 매는 ‘다카’, 쏙독새는 ‘밤의 매’라는 뜻의 ‘요다카’)
벌새는 꽃 속의 꿀을 먹고, 물총새는 물고기를 먹고, 쏙독새는 날개 달린 작은 곤충을 잡아먹었습니다. 게다가 쏙독새에게는 갈고리처럼 날카로운 발톱도, 창처럼 예리한 부리도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연약한 새라도 쏙독새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매의 친척이나 형제도 아니면서, 왜 쏙독새에게는 ‘밤의 매’라는 무서운 이름이 붙은 걸까요? 그것은 쏙독새의 날개가 놀라울 만큼 강인해서, 바람을 가르고 하늘 높이 비상할 때는 사나운 매처럼 강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귀를 찢는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왠지 매의 울음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매는 흉측하게 생긴 쏙독새가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쏙독새의 얼굴만 보면 어깨에 힘을 주고 “이름을 다시 지어라! 빨리 이름을 다시 지으라니까!”하고 호통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이 싸목싸목 밀려들 무렵에 매가 쏙독새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이봐, 쏙독새. 안에 있느냐? 아직도 이름을 바꾸지 않았잖아? 보기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녀석이군. 나와 너의 인격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는 것을 모르느냐? 나는 푸른 하늘을 끝없이 날아다니지만, 너는 구름이 잔뜩 낀 어두컴컴한 날이나 어두운 밤이 아니면 밖으로 나오지 않지 않느냐? 그리고 내 부리와 발톱, 그리고 너의 부리와 발톱을 비교해보거라.”
“매님, 이름을 바꾸는 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이름은 제 맘대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신께서 내리시는 것이니까요.”
“뭐야? 내 이름은 신께서 주셨다고 할 수 있지만, 네 이름은 나와 밤에게서 빌린 것에 불과하지 않느냐? 어서 이름을 바꾸거라.”
“매님,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 내가 좋은 이름을 지어주지. 장돌뱅이라는 이름은 어떠냐? 장돌뱅이 말이다. 어때, 좋은 이름이지? 그런데 이름을 바꾸려면 공표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의식은 말이지, 목에 장돌뱅이라고 쓴 팻말을 걸고 ‘앞으로 나를 장돌뱅이라고 불러주세요!’라고 소리지르며 모두에게 인사하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것만은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에 모레 아침까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날카로운 발톱이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버릴 게다. 그러니까 곰곰이 생각해보거라. 나는 모레 아침에 먼동이 트자마자, 한 집 한 집 돌아다니며 네 녀석이 다녀갔는지 물어보겠다. 만약에 한 집이라도 들르지 않으면 네 녀석의 목숨은 그날이 마지막인 줄 알거라.”
“그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지금 당장 죽는 편이 낫습니다. 차라리 지금 죽여주십시오.”
“아니다. 잘 생각해보거라. 장돌뱅이도 그리 나쁜 이름은 아니니까.”
매는 날개를 한껏 펼치고 자신의 둥지로 날아갔습니다.
매가 떠나자, 쏙독새는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모든 새들에게 미움을 받는 걸까? 아마 내 얼굴이 된장을 바른 것처럼 지저분한 데다 입이 찢어졌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나쁜 짓을 저지른 적이 없어. 동박새 새끼가 보금자리에서 떨어졌을 때도 내가 데려다줬지. 하지만 어미 동박새는 유괴범에게서 새끼를 되찾는 것처럼 내게 달려들어 새끼를 빼앗아갔어. 그러면서 비참하게도 나를 비웃기까지 했지. 그러더니 이번에는... 아아! 장돌뱅이라는 팻말을 목에 걸고 돌아다니라니, 정말 끔찍한 일이야.’
어둠의 장막이 주위를 감싸자 쏙독새는 둥지에서 날아올랐습니다. 옅은 구름이 심술궂은 빛을 뿌리면서 낮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쏙독새는 구름에 닿을락말락하게 스쳐지나가면서 소리 없이 하늘을 날아다녔습니다.
그런 다음 갑자기 입을 크게 벌리고 날개를 똑바로 펼치더니, 화살처럼 재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습니다. 작은 날벌레 몇 마리가 쏙독새의 목으로 들어갔습니다.
몸이 땅에 닿으려는 순간, 쏙독새는 다시 몸을 돌려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이제 구름은 잿빛으로 물들었고, 건너편 산에는 새빨간 노을이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습니다.
이렇게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때면 마치 하늘이 두 개로 나뉘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쏙독새의 목으로 들어와서 미친 듯이 발버둥쳤습니다. 쏙독새는 아무 생각없이 투구풍뎅이를 삼켜버렸지만, 왠지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이제 구름은 완전히 시커멓게 변했고, 동쪽 하늘은 시뻘건 불덩어리처럼 붉게 물들어서 무서운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쏙독새는 가슴이 막힌 것처럼 답답했지만 다시 동쪽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투구풍뎅이 한 마리가 또다시 쏙독새의 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목 속을 할퀴는 것처럼 파닥파닥 날개를 퍼덕였습니다. 쏙독새는 투구풍뎅이를 억지로 삼켰지만, 갑자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아서 그만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하늘을 빙글빙글 맴돌았습니다.
‘아아, 투구풍뎅이와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날벌레들이 매일 저녁 나 때문에 죽음을 맞는구나! 그리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는 내일 모레면 매에게 죽게 될 거야. 그 사실이 나를 이토록 괴롭게 한다. 아아, 괴롭다, 괴롭다. 앞으로는 벌레를 잡아먹지 않고 차라리 굶어죽겠다. 아니, 그러기 전에 매가 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머나먼 하늘 저쪽으로 가버리자.’
불덩어리처럼 타오르던 붉은 노을은 물처럼 흘러가서 점점 드넓게 퍼지더니, 구름도 새빨갛게 태우는 것 같았습니다.
쏙독새는 그 광경을 쳐다보면서, 동생인 물총새가 있는 곳으로 똑바로 날아갔습니다. 아름다운 물총새는 이제 막 일어나서, 멀리 떨어진 산에서 산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노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쏙독새가 쏜살같이 날아오자, 물총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습니다.
“형님, 안녕하세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아니다. 머나먼 곳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너를 보러 온 거다.”
“어디로 떠나시려는 겁니까? 벌새도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형님까지 떠나시면 나는 외톨이가 돼버리지 않습니까?”
“하지만 도저히 떠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그리고 너도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하는 게 아니라면 함부로 물고기를 잡지 말도록 해라. 그러면 그만 가겠다. 잘 있거라.”
“왜 그러세요?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
“아니다. 지금 떠나나 조금 있다 떠나나 마찬가지다. 나중에 벌새에게 안부나 전해주거라.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다. 안녕!”
쏙독새는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짧은 여름밤이라서 그런지, 벌써 동쪽하늘이 훤하게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새벽안개를 빨아들인 새파란 풀고사리 잎이 차갑게 흔들렸습니다. 쏙독새는 소리 높여 꾸륵꾸륵 울면서 빈틈없이 둥지를 정리하고, 몸에 붙어 있는 날개와 털을 가지런히 정리한 다음에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희뿌연 안개가 걷히자, 마침 동쪽에서 해님이 떠올랐습니다. 쏙독새는 눈앞이 아찔할 만큼 눈부신 것을 참고, 재빠른 화살처럼 해님에게 날아갔습니다.
“해님, 해님. 부디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주십시오. 불에 타서 죽어도 상관없습니다. 저처럼 흉측하게 생긴 새라도, 불에 타오를 때에는 희미한 빛을 내뿜겠지요. 부디 저를 데려가주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날아가도 해님은 가까워지지 않고, 오히려 점점 작아지고 멀어질 뿐이었습니다.
“쏙독새로구나. 그래. 아주 괴롭겠지. 오늘밤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별에게 부탁해보거라. 너는 낮에 움직이는 새가 아니니까 말이다.”
쏙독새가 인사하려고 고개를 숙인 순간,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 결국 들판에 있는 풀밭에 떨어져버렸습니다. 마치 꿈속에서 날아다니는 것처럼 온몸이 빨간 별과 노란 별 사이를 왔다갔다하거나, 끝없는 바람에 휘날리거나, 매의 날카로운 발톱에 잡혀있는 듯한 느낌에 휩싸였습니다.
갑자기 차가운 게 얼굴에 떨어져서 쏙독새는 눈을 떴습니다. 어린 암억새 이파리에서 이슬이 떨어진 것입니다. 어느새 어둠이 밀려들었는지, 하늘은 희미한 한 조각의 빛도 찾아볼 수 없이 검푸르고, 주위에는 온통 별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쏙독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오늘밤에도 노을은 새빠갛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쏙독새는 희미한 노을 빛과 차가운 별빛 속에서 하늘 높이, 하늘 높이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빙글빙글 맴을 돌더니 드디어 마음을 정했는지, 서쪽 하늘에 있는 아름다운 오리온으로 똑바로 날아갔습니다.
“별님, 서쪽에 있는 검푸른 별님. 부디 당신이 있는 곳으로 저를 데려가주세요. 불에 타서 죽어도 괜찮습니다.”
오리온은 쏙독새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이, 계속해서 용맹스러운 노래만 불렀습니다. 쏙독새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면서 비틀거리다가 가까스로 멈춰 서서, 다시 한번 날아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남쪽에 있는 큰개자리 쪽으로 똑바로 날아갔습니다.
“별님, 남쪽에 있는 푸른 별님. 부디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불에 타서 죽어도 괜찮습니다.”
파랑과 노랑, 보랏빛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큰개자리는 계속해서 깜빡이면서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말거라. 너는 고작해야 작은 새가 아니냐? 너의 작은 날개로 여기까지 오려면 수억 년, 수조 년, 수억조 년이 걸릴 게다.”
큰개자리가 재빨리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버리자, 쏙독새는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비틀거리다가 다시 두 번째로 빙글빙글 맴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결심한 듯이, 북쪽에 있는 큰곰별 쪽으로 똑바로 날아가면서 소리쳤습니다.
“북쪽에 있는 푸른 별님. 부디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그러자 큰곰별이 타이르듯이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잠시 머리를 식히거라. 그런 생각이 들 때는 빙산이 떠 있는 바다 속으로 뛰어들든지, 근처에 바다가 없다면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컵에 뛰어들면 정신이 들게다.”
쏙독새는 실망을 이기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다시 하늘에서 빙글빙글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막 은하수 건너편에 나타난 독수리자리를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동쪽에 있는 새하얀 별님. 부디 저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세요. 불에 타서 죽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되돌아온 것은 독수리별의 거만한 목소리였습니다.
“거참,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상대를 해주지! 별이 되려면 그에 어울릴 만한 신분이어야 하고, 돈도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그 말에 기운을 잃은 쏙독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날개를 접고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단단한 땅에 연약한 발이 닿으려는 순간, 갑자기 봉홧불이 타오르듯이 맹렬한 기세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쏙독새는 하늘 한가운데까지 오더니, 독수리가 곰을 습격할 때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 털을 거꾸로 곤두세웠습니다. 그리고 까륵까륵 까륵까륵 하고 주위가 떠나가라 소리쳤습니다. 그 울음소리는 매의 울부짖음처럼 날카로웠습니다. 그러자 들판과 숲에 잠들어 있던 새들도 모두 잠에서 깨어나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별이 총총히 박힌 어두운 하늘을 의아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습니다.
쏙독새는 하늘을 향해 끝없이 끝없이 똑바로 날아올라갔습니다. 이제 불덩어리 같던 저녁 노을은 담배꽁초처럼 자그맣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쏙독새는 다시 올라가고 또 올라갔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 가슴이 새하얗게 얼어붙었습니다. 공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날개를 파닥거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올라가고 또 올라가도, 별의 크기는 좀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뿜는 숨결은 풀무질을 하듯이 점점 빨라지고, 추위와 서리는 예리한 칼날처럼 온몸을 찔렀습니다. 날개의 신경이 완전히 마비돼버린 쏙독새는, 눈물이 고인 눈을 뜨고는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쏙독새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쏙독새는 떨어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지, 거꾸로 되어 있는지, 위를 향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마음은 더할 수 없이 편안하고, 피가 배어 나온 커다란 부리는 옆으로 비틀어지긴 했지만 분명히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쏙독새는 조용히 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도깨비불처럼 푸르고 아름다운 빛으로 조용히 타오르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습니다.
바로 옆에는 카시오페이아자리가 있고, 은하수의 푸른빛은 바로 뒤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쏙독새의 별은 계속 불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계속 타오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타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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