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목도리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날을 떠올리다 흰머리 몇 개 자라났고 숙취는 더 힘겨워졌습니다. 덜컥 봄이 왔고 목련이 피었습니다.
그대가 검은 물속에 잠겼는지, 지층으로 걸어 들어갔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꿈으로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기억은 어디서든 터를 잡고 살겠지요.
아시는지요. 늦은 밤 쓸쓸한 밥상을 차렸을 불빛들이 꺼져갈 때 당신을 저주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목련이 목숨처럼 떨어져나갈 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목련이 떨어진 만큼 추억은 죽어가겠지요. 내 저주는 이번 봄에도 목련으로 죽어갔습니다. 피냄새가 풍기는 봄밤.
'text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경인, 수업 시간 (0) | 2020.12.28 |
---|---|
오은, 1년 (0) | 2020.11.09 |
김선재, 어떤 날의 사과 (0) | 2020.08.17 |
미야자와 겐지, 쏙독새의 별 (0) | 2020.06.22 |
김이강, 당신 집에서 잘 수 있나요, 오늘 밤 (0) | 2020.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