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있어요 거울이 있어요 겨울의 거울이 좋아요 좋은 게 좋아요 좋아하는 게 좋아요  좋아지는 게 좋아요 조금씩 자꾸자꾸 더해지는 게 좋아요 아주 추워 아무도 지나지 않는 거리가 좋아요 아무도, 그거 좋아요 막막한 거리(距離)가 좋아요 창가의 차가운 손가락들 기를 쓰고 달라붙는 입술과 뾰족해지는 물방울들이 좋아요 내일은 더 춥고 모래는 더더욱 춥고 날마다 더해지는 거 좋아요 얼음 속의 빛, 결빙된 순간들 순정한 입자들 무한한 인칭들 안녕을 묻고 답하기도 전에 얼어붙는 당신의 눈빛은 물기 어린 어린 생의 것, 수면 깊이 요동치는 밭은 숨은 두려워지는데 겨울 속의 거울 속에 또 눈이 내려요 눈송이 속의 눈동자들은 세상을 다 보았을까요 피는 묽어졌을까요 점점 느리게 흘렀을까요 눈에 눈이 멀 듯 마음에 마음이 멀어요 멀게 되면 멀어집니다 먼 하늘의 새들이 떨어집니다 눈송이 같아요 꽃잎 같아요 찻잎 같아요 빵 부스러기 같아요, 같은 게 좋아요 번지니까 끌어당기니까 그래도 불가능해 미련한 영원이 되니까 좋아요, 거짓말! 새가 맞습니까 가진 적 없는 것에 슬퍼질 수 있나요 가진 적 없는 것을 잃을 수도 있나요 기억나지 않는 기억도 있나요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있나요 예, 혹은 아니요 하지만 겨울을 알면 겨울을 보게 됩니다 거울을 알면 거울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바라본다 해도 변해갑니다 바라보는데도 사라지게됩니다 그러니 지금은 곁에 있어요 영원히 영원은 아니니까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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