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땅
귀를 씻고 이곳에 왔어요 구두를 벗고 맨발로 왔어요
낯선 언어들이 음악처럼 들리는 곳

당신들은 왜 나를 잡으려고 했을까요
이해하고 싶어라는 징그러운 거짓말의 덩굴
가위로 덩굴을 자르는 대신 쥐며느리처럼 몸을 말고 빠져나왔죠

당신들의 입맛대로 내 이름은 노랗다가 파랗다가
한 번도 진짜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도
거울 속 나는 그때그때 달라서 말하기 곤란했을 뿐인데

우리들은 모두 번쩍번쩍한 태양을 머리통에 박고 살지요
죽은 엄마는 달의 감정을 내 가슴에 달아주고 떠났어요 여느 엄마처럼
나는 달의 눈물을 말하고 싶었으나
태양의 빛이 너무 강렬하기에

일 년 내내 비가 내리는 이곳 빗소리가 아름다워요
푸른 앵무새는 고맙게도 매일 축축한 흙냄새를 물어와요
나의 달은 매일 울어요

비밀은 없죠
이곳의 언어가 하나둘 글자로 굳어지자 오해도 큼지막하게 쌓여
대문을 틀어막았네요 이제 나는 눈물이 되어 흘러나갈까요
가슴의 달은 둥둥 떠서 언제까지고 흐르겠죠

갈래머리를 땋았다가 올렸다가 겨울에게 물어봐요
나의 몸은 납작하지만 등뒤는 깊고 깊은 세계
구르고 울고 있는 나의 달
울고 있는 나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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