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일 기차를 탑니다. 거짓말입니다. 한 주일에 한 번씩 탑니다. 그것도 거짓말입니다. 실은 한 달에 한 번쯤 탑니다.
그것은 사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사실을 바라는 건 배신을 믿기 때문입니다.
꽉 찬 배신은 꽃잎 겹겹이 들어찬 장미꽃처럼 너무 진하고 깊어 잎잎이 흩어놓아도 아름다울 뿐 다른 방도가 없다 합니다.
2
산수유가 빨갛게 동백꽃을 떨어뜨립니다. 흰 목련이 거짓말을 하더니 샛노란 은행나무가 됐습니다. 정말입니다.
사람 안에는 사람이라는 다민족, 사람이라는 잡목숲이 살아 국경선을 다투다 갈라서기도 하고 껴안다, 부러져 못 일어나기도 합니다.
꽃필 때 떨어질 때 서로 못 알아보기도 합니다.
3
당신은 세상 몰래 죽도록 다정하겠다, 매일 맹세하죠. 거짓말이죠. 세상 몰래가 아니라 세상 뭐라든이 맞죠. 아시죠. 이것도 거짓말.
사실은 매일이 아니고 매시간이죠. 매시간마다 거짓말을 하는 건 진실이 너무 가엾어서죠.
나사처럼 빙글대는 거짓말은 세상과 나를 당신을 더욱 바짝 조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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