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유희경, 오늘은

2017. 11. 17. 01:04
 오늘은, 날이 참 좋구나, 라는 말씀이 있었다. 나는 어쩔 줄 몰랐다. 그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은 하늘이 참 파랗구나. 거실은 어두웠다.
 
  아플 때마다 그늘이 생각나 바람이 불면 휘우듬 기울어지는 그녀. 어릴 땐 울지 못하고 다 커서 우는 게 뭘까. 개구리? 아니 사람. 사람이? 그래 사람이, 그렇게 살아. 거짓말. 너는 몰라. 내가 뭘 모르는데. 좀 더 어른이 되면 알 수 있어. 꼭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처럼, 말하는구나. 그늘을 내내 앓는 창문
 
  컵에 물을 따르는데, 내가 울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좀더 어두워진 거실에서. 잠깐만, 너는 내가 아니니? 하고 물었다. 컵에선 물이 넘쳐흐르고, 나는 울고, 대답하지 않는다. 어둑어둑해진 거실에, 너무 많은 햇빛처럼. 그치지 못해? 컵을 집어던졌다. 깨진 것은 컵이 아니라 다 담지 못한 물. 나는 너무 슬퍼서 더, 좀더
 
  그러니 가말 수밖에. 너무 많은 답장처럼 추워, 몸을 떨었다. 누가 있는 걸까. 복도를 텅텅 울리며 지나간다. 모든 것이 비뚤어진다. 말씀은 더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날은 이미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휘어졌던 그늘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그랬다고, 나는 속으로
 
  그래도 될까, 그제야 울음을 그친 내가 묻는다.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난다.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노력하는 내가 말했다. 조각조각난 물방울이 어두운 거실을 채워간다. 나는 흔하고, 어디든 있고, 그러니 내가 혼자서 울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더듬대며 말하는 소리
 
  그냥, 거실이, 사람이, 그러니까 내가, 오늘이, 참 좋은 오늘의 날씨가, 말씀이, 그녀의 병과 내가, 누군가의 복도가 마냥 어둡고 축축한 아니 서럽고 또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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