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꿈꾸진 않았어요. 잃어버린 삶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죠. 부족한 것들로만 채워진 결핍도 순수할 수 있다는 걸. 아름다운 것도 아플 수 있죠. 부끄러운 얼굴로 더러워지는 삶을 살아가야 해요. 참을 수 있는 것들은 언제나 흉측하죠. 참을 수 없이 아름다운 것들을 꿈꾸진 않았어요. 다만 너와 내가 있는 풍경, 멈춰버린 삶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죠. 불청객처럼 찾아들어 손님이 되거나 외로운 얼굴들. 둘로 갈라지는 게 더 평화로운. 아름다운 것들은 끔찍해요. 삶은 결코 추악해질 수 없죠. 다만 너와 내가 있는 무덤. 막막한 것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죽음보다 거친 고백. 당신이 내 삶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상처 입었어요. 우리는 안녕. 차라리 안녕을 꿈꾸죠. 영원히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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