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심보선, 무화과 꿈

2019. 1. 29. 21:11
무화과가 먹고 싶어
당신이 그때 내게 말했네
때는 한겨울이었는데
밤거리를 헤맨 끝에
나는 말린 무화과를 사왔네
그대는 말했네
호호호, 수고했어
호호호, 말린 무화과도 무화과는 무화과
그대는 말린 무화과를 맛있게 먹었네
나는 말했네
나는 무화과 알레르기
무화과 한입만 씹어도 숨이 가빠져
 
그대는 말했네
호호호, 당신은 정말 바보 같아
그리고 그대는 고이 잠들었네
그대의 늙은 개를 끌어안고
 
나는 가끔 생각하네
그대의 늙은 개는 지금쯤 늙어 죽었을까
나는 가끔 그대 소식을 듣네
그대는 유명인사 장례식에 참석하는 
유명인사가 되었고
그대는 더 아름다워졌다고 하네
 
나는 가끔 궁금해지네
그대는 몇 살까지 아름다울까
그대는 몇 살에 죽을까
 
나는 어젯밤 그대 꿈을 꿨네
우리는 무화과를 나눠 먹었네
그리고 그대는 고이 잠들었네
그대의 늙은 개를 끌어안고 
나는 그대 옆에 누워 숨이 가빠졌네
나는 눈을 감고 눈물을 흘렸네
그리고 결국 나는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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