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간 뒤 나는 추해졌다네
떠내려가는 발자국으로 산을 넘는 빗줄기
먹구름을 들먹이며
휘청거리네, 늘어지는 발목 이끌고
떠나는 섬 되어 세상 밖으로 밀려나네
이제 상처는 시들어 아프지 않네
그곳에서 죽은 나비를 보았지
이렇게 소리 없는 존재로 다시 재회하는구나
원망도 용서도 다 사라진 뒤
더는 잡을 세상도 디딜 운명도 없는데
이제야 침묵으로 겹쳐지는 우리
한때 서로에게 살아야 하는 향기였지
황홀함으로 춤추던 때를 기억하는가
내게 오는 사람은 애초에
가슴을 뚫고 떠날 화살이라 여겨야 했어
추억은 더 예리하게 다듬어졌다
비에 젖어 더 무거워진 날개여
웅덩이에 갇혀 바짝 말라가는 태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