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서덕준, 무인도

2019. 7. 15. 10:12

새벽 2시 5분이에요. 어둠이 박쥐처럼 날아들어요. 오늘로 밤의 몇 페이지를 넘겼는지 아세요? 별을 주워담아 꿰어도 우울의 실타래는 줄어들지 않아요. 방 안에 어둠이 먼지처럼 떠있고 나의 새벽은 절뚝거려요. 바람은 불고 창문은 턱뼈를 삐걱거리며 내게 말을 걸어요. 듣고 싶지 않지만 나는 알아듣고 있죠. 오늘 내가 확 죽어버릴 것 같대요. 모든 사물이 나를 훔쳐보는 것 같아요. 빛으로 숨고 싶지만 내가 너무 짙어요. 나는 거울에 비치지 않고 벽지의 무늬보다도 희미해요. 너무 무섭게 말이에요. 성대의 주파수를 아무리 바꿔봐도 목소리는 나오지 않죠.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어요.
내가 묻지 못해도 나에게 제발 말해주세요. 내가 행복한 적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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