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성동혁, 어항

2022. 6. 24. 15:36

 


1
문 닫은 박물관 앞에 앉아 죽은 새를 간질이며
전신으로 만나 흉상으로 헤어진 것들을 모아본다

 


2
나무를 기울여 놓고 간 바다
신발 끈으로 발을 묶어줄게 넘어지지 않게
나무의 등은 내가 숨어 앙상하게 지워질 수 있는 크기
사원을 떠나 밤을 향해 뛰어도 한 뼘

 


3
별똥별을 하늘로 반납하듯 폭죽이 터진다
기념일을 돌려주듯 홀가분하다
우린 같은 철로를 쓰는 열차처럼 마주친 적 없지만
가끔 길이 흔들릴 때 당신들은 살아 있구나 생각했다

 

 

4
침몰한 배 안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는다
수풀이 자란 땅이 그립다 파충류들이 모이자 나무라고 말하고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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