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이승희, 여름

2022. 8. 30. 03:43



1
그러니까 여름은 당신이 이 세상에 보낸 모든 질문들에 대한 답장. 잠긴 문이 잠긴 채로 저물어가더라도 그건 모두 당신이 쓴 편지들에 대한 답장. 어느 골목에서 멈칫했던 시간들이 얼마 뒤 먼 고장에서 비로 내리게 되는 일 혹은 이제 그만 실까? 우리 참 많이 살았다고 유리창에 대고 고백하는 일도 당신이 오래 전에 쓴 편지들에 대한 답장들

2
세상을 오므려 꽃 한 송이 속에 밀어 넣으려면 오후 3시쯤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2시부터는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기울어지겠지요. 아뇨, 당신은 그래도 계속 편지를 쓰세요. 3시까지는 아직 멀었거든요. 또 다른 지구는 필요하지 않아요. 그건 여름이라 그래요. 너무 소란스럽지 않게 천천히 점심을 먹고 깊은 잠을 자도록 해봐요

3
거기서 뭐하냐고 물었습니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래서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당신이 좋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융성해지는 폐허에 대해


'text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동혁, 口  (0) 2022.11.29
이운진, 슬픈 환생  (0) 2022.11.16
강지이, 여름 샐러드  (0) 2022.07.20
성동혁, 어항  (0) 2022.06.24
허수경, 이국의 호텔  (0)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