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를 만져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 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편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글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다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
'text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륭, 수상한 동물원 (0) | 2022.12.04 |
---|---|
성동혁, 口 (0) | 2022.11.29 |
이승희, 여름 (0) | 2022.08.30 |
강지이, 여름 샐러드 (0) | 2022.07.20 |
성동혁, 어항 (0) | 2022.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