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김안, 불가촉천민

2016. 10. 19. 17:02






​나의 울음과 그의 울음은 왜 다를까

나와, 나의 녹색 가족들아,

재앙의 무게에 비해 우리의 날개는 너무 작고 연약하구나

날갯짓할수록 자목련처럼 붉게 곤두박질치는 일

각자의 바마다 누워 있는 각자의 절벽 아래로

저 아래로ㅡ

그 밑에서 얼마만큼 울어야지 우리는 날아오를수 있을까, 떠오를 수 있을까

부재를 잡아먹고 부재의 불안을 잡아먹어도

절벽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마지막으로 절벽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우리중 누구일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떨어져 내렸는지 알고 있을까

그렇게 묻는 사이,

그리고 곧

방바닥이 우리의 머리 위로 쏟아지고

누구도 떠오르지 못하고




-




​각자가 지키고 있는 각자만의 거룩한 유지有旨들

그 순수들, 순수란 이름의 절대들, 그리고

그 순수의 악마성이 깨우는

진중한 개들, 개새끼들

모든 약속은 깨졌고 이미 환상은 바닥이 났는데

망각의 나무들 사이사이

'우리'라는 환상들, 환상을 향한 믿음들

언제쯤 끝이 날까, 이미 끝났던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것 같던

죽은 새끼를 입에 물고 있어 말할 수 없는, 울 수도 없는 어떤 사건들;

우리가 우리로부터 버린 말들, 버려야 했던 말들, 버려야 할 말들

마치 천사의 이름들 같구나,

외워지지 않는 혁명사의 연도와 목잘린 이들

우리라는 악령, 악령의 수난사들

이해하고 싶은 만큼의 선과 악들로 구별된

각자의 거룩한 진실들

여전히 나를 길들이는 여죄들이

곧 닥쳐올 우리의 패배를 향하고


당신은 기어이 당신의 말을 살아낼수 없습니다

당신은 말의 불가능함들 가운데 있습니다 거룩한 재앙이 번져나갑니다

참람하게 적나라한 구원이





-




​나의 거짓들보다 추악함보다

채 돌이 안 된 딸의 밭은 기침을 견딜 수 없는 것은 내가 선하기 때문입니까.


수많은 깃발과 고함으로 가득찬 광장에서 더듬더듬

내가 쓴 글을 읽는 것보다

누렇고 끈적거리는 가래를 뱉어내는 것이 더 비통한 것은 내가 이기적이기 때문입니까.

나는 나의 추함을 걸머쥐고선

벚꽃 피는 교정에 뻣뻣하게 앉은 채로

더러운 욕망아, 더러운 욕정아ㅡ

미친 세상아, 부끄러움아ㅡ

다그쳐도

배꼽에선 검은 물 줄줄 쏟아지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없어야 보이는 지옥을 상상하고

거짓으로 고통하고.

훔친 책으로 공부하고 훔친 감정으로 슬퍼하고 훔친 눈동자로 욕망하면

나는 기억이 만드는 미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차라리 이 봄은 여전히 울고 있는 이들의 가면입니다.

나는 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까,

당신의 거울은 당신에게 정직합니까,

커다랗고 두터운 손을 내 머리에 얹고선

악마의 유혹으로부터 이 어린양을 구해 달라고 기도하시던 목사님의 뽀족한 턱처럼

서로 다른 구원을 꿈구는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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