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2

유희경, 조용한 凶

2016. 10. 19. 17:05


답장을 쓰다 베인 손가락에서 피가 방울진다 이리 작은게 숨어 있다니 툭툭 털고 털었던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겨울 당신이, 내게 주었던 한 송이 꽃이 그랬다 모두 버렸지만 버린 것이 그토록 환한 빛으로 기억될 수 있는것인지 가시질 않아 눈을 감으면 눈 속 가득 만발하는 꽃과 쏟아지는 눈 그리고 당신 단단한 다짐이란 어떻게 무너지는지 보고 싶어 잠 못 든 며칠도 있었다 그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러니, 핑계를 찾지 못한 통증은 凶이 될 것이다 답장은 필요 없었다 굳어 있어도, 속으론 흘려보내는 것이 있다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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